정들재

세상을 건너는 사다리

제목[연암일기5]2024-07-07 13:04
카테고리 소설
작성자 Level 10

우리 할아버지

 

아버지에겐 아버지이고 나에겐 할아버지인 박필균은 우리 집의 기둥 같은 분이에요. 내가 태어나면서 생긴 가족이라는 인연을 굳고 단단하도록 보살펴 주시죠. 단단한 땅에 뿌리를 내린 기둥이 굳건해야 집이 무너지지 않을 테니까요.

할아버지는 어린 저를 바라보시며 늘 오냐~, 오냐~” 라고 말하면서 고개를 끄덕이셨어요. 그냥 손을 쥐었다 편 것뿐인데 뭘 그리 잘했다고 생각하시는지 허허허~”하고 좋아하셨죠. 눈가의 주름을 길게 그리면서 웃으시던 할아버지가 금세 좋아졌어요.

할아버지는 유독 빛나는 눈을 가지셨어요. 아무 말씀 없이 내 눈을 똑바로 바라보는 때가 많았는데, 그땐 아찔한 느낌이 들기도 했어요. 뭐랄까, 제 마음을 전부 들여다보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할아버지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요.

할아버지가 좋은 점 가운데 하나는 수염이에요. 아버지의 수염은 까맣고 까끌까끌해서 아프기도 한데 할아버지의 수염은 하얗고 가늘어서 부드러워요. 제가 장난삼아 수염을 잡아당기기도 했는데 그게 뭐가 좋은지 허허~” 하고 웃습니다.

할아버지가 가끔 공자 맹자 뭐라고 알아듣기 어려운 말씀을 하시고 제 반응을 살피기도 하셨는데요, 어느날 제가 곤자, 맨자.. ”라고 흉내를 냈더니 어찌나 좋아하시던지, 그 이후에 더욱 어려운 말을 많이 해주셔서 다시는 흉내를 내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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