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들재

세상을 건너는 사다리

제목[연암일기6]2024-07-16 19:06
카테고리 소설
작성자 Level 10

조선의 하늘 

나의 첫 세상은 네모난 방이었어요. 누운 데서 네댓 번 구르면 벽이나 옷장에 부딪힐 만큼 조그마한 방. 늘 단내가 나고 향긋한 꽃향기도 가끔 맡을 수 있는 곳이 내 세상 전부였어요. 그곳에 엄마는 물론이고 이 사람 저 사람이 어디론가 들락날락하는 걸 지켜보면서 제가 알 수 있었던 것은 이 공간 밖에 다른 세상이 더 있다는 것이었죠. 혹시 다른 방과 연결돼있는 것일까요? 밝아졌다가 어두워졌다가 반복하는 저세상에 대해 궁금함이 무척 컸어요. 사람들이 밖에서 묻혀온 냄새로나마 바깥세상을 상상하곤 했지요. 

할아버지에게서는 늘 탄내가 났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담배를 좋아하셔서 그런 것이었고, 아버지에게서는 담배 냄새와 함께 쌉싸름한 차향, 그리고 묵향이 섞여 있었어요. 엄마한테는 늘 들큼한 단내가 났고 허드렛일을 도와주는 누나에게서는 젖은 걸레와 땀 냄새가 섞여 있어요.

엄마 등에 업혀 대청마루에 처음 나갔을 때를 잊을 수 없어요. 엄마 배 속에서 태어났을 때만큼이나 놀람이 클 수밖에 없었어요! 세상은 내가 알고 있었던 방 같은 것이 이어진 게 아니었어요. 번쩍거리는 마루가 줄을 맞춰 끊임없이 이어져 있고, 위쪽으로 보이는 처마는 부드러운 곡선으로 이어져 마루에 반절 쯤 그늘을 만들어주고 있었어요. 사방이 뻥 뚫린 마당은 내 손 뼘으로는 도무지 재어보기 어려울 만큼 무척 넓어서 아무리 굴러도 닿지 못할 것 같았다니까요. 

마당이란 곳의 위쪽으로는 너무나도 높은 곳에 파란 천장이 펼쳐져 있고 군데군데 하얀 무늬가 뭉게뭉게 피어 있는 모습이 어찌나 예쁘던지요, 재잘재잘 지저귀는 참새들이 자유로이 날아다니는 모습이 보기가 좋아서 활짝 웃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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