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들재

세상을 건너는 사다리

제목[연암일기4]2024-06-26 16:23
카테고리 소설
작성자 Level 10

엄마의 젖 

종일 누워있거나 등에 업혀 있는 게 전부인데 배는 왜 자꾸 고플까요? 꼼지락거리는 손가락을 신기하게 바라보며 무한한 상상을 하다 보면 어느새 배에서 꼬르륵거리는 소리가 나고, 오줌을 지리고 나서 한바탕 울어 재끼다 기저귀를 갈고 개운한 기분이 되고 나면 또 뭔가 배 속이 허전하고, 목욕물에 허우적거리며 찰랑거리다 보면 또 금세 엄마 젖이 먹고 싶어집니다.

그럴 땐 엄마에게 배고프다는 신호를 줘야 해요. 허우적 허우적, 입맛을 다시듯이 입을 내밀어 보기도 하고 쭉쭉 소리를 내보기도 해요. 그러면 엄마는 배가 고픈 줄 귀신같이 알고 앞섶을 헤쳐 젖을 물려줍니다.

보드라운 엄마 젖을 딱 물면요, 푹신푹신 야들야들 꿈속처럼 편안해지는 기분이 되어서 젖을 입에 문 채로 그만 잠들어버리기 일쑤입니다. 콩닥콩닥 엄마 몸속에서 들려오는 규칙적인 울림은 너무 따스하고 편안해서 가끔은 태어나기 전으로 돌아간 줄 알 때도 있어요. 그렇게 꿈을 꾸면서도 계속 입을 옴지락거리며 끝없이 흘러나오는 젖으로 배를 빵빵하게 채우곤 합니다.

형이랑 누나가 엄마 젖을 안 먹어서 참 다행이에요. 막둥이로 태어나 나 혼자 독차지할 수 있는 것이 적어도 하나는 있으니까요. 입이 하나뿐이라 양쪽을 동시에 먹을 수 없다는 것이 아쉽긴 하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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